이제 소비자는 성분보다 패키지를 본다.
Vacation이라는 브랜드의 선스크린 이야기. 성분표보다 먼저 눈길을 붙잡는 것은 무엇일까.

눈에 들어온 장면
처음 눈에 들어온 건 선스크린의 성분표가 아니라 휘핑크림을 닮은 캔이었다. 빨간 노즐, 크게 쓰인 WHIP이라는 이름, 디저트처럼 연출된 이미지. “이게 선크림이라고?”라는 질문부터 생긴다. “이제 소비자는 성분보다 패키지를 본다.” Vacation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다. 성분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나는 기능 설명을 읽기 전에 저 캔부터 갖고 싶었다.
왜 관심이 갔을까
흥미로운 건 예쁜 용기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Classic Whip은 노즐을 눌렀을 때 휘핑크림처럼 모양이 잡히는 무스를 보여 준다. 브랜드의 공식 제품 소개도 밸브, 무스의 질감, 향을 함께 강조한다. 용기의 생김새뿐 아니라, 눌러서 꺼내 쓰는 과정까지 재미있게 만든 것이다. 선크림은 피부에 무엇을 전달하는가만으로 설명되는 제품일까. 손에 쥐고, 누르고, 피부에 올리는 과정도 제품의 일부다. Vacation을 보면 “뭐가 들었지?”만큼 “한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바르기 전부터 갖고 싶은 선크림
이 브랜드는 꼭 발라야 해서 사는 선크림을, 한번 꺼내 보고 싶어서 사는 물건으로 만든다. 레트로한 글자와 색, 휴가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 디저트 같은 연출은 제품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분위기를 만든다.
패키지는 내용물을 담는 용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손으로 어떻게 다루는지, 욕실에 놓였을 때 어떤 모습인지, 가방에서 꺼냈을 때 어떤 대화가 시작되는지까지 영향을 준다. “이거 선크림이야”라는 한마디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물건이라면, 제품 자체가 브랜드를 소개하는 매체가 될 수도 있다.
재미있는 디자인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그렇다고 눈길을 끄는 패키지가 기능과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FDA는 2025년 8월 경고 서한에서 Classic Whip SPF 30과 Classic Whip Glow SPF 30의 무스 제형 판매 요건 문제, 휘핑크림 용기와 닮은 포장으로 인한 식품 오인·우발적 섭취 위험을 지적했다. 단순히 표현 몇 개에 대한 지적만은 아니었다. FDA 경고 서한
이 내용을 읽고 나니 재미있다는 감상만으로 끝낼 수 없었다. 갖고 싶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크림이라는 사실과 사용법을 헷갈리지 않게 알려야 한다. 그런 오해를 줄이는 것까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일이다.
Vacation이 흥미로운 건 성분 경쟁이 끝났다는 증거여서가 아니다. 내용물뿐 아니라 꺼내 쓰는 재미와 갖고 있는 기분 때문에 제품을 고를 수도 있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분만큼, 좋은 제품을 더 즐겁고 편하게 쓰는 방법도 궁금하다.
남겨 둔 질문 / AN OPEN QUESTION
패키지가 갖고 싶은 이유를 만든다면, 다시 쓰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재미와 신뢰를 함께 설계할 수 있을까?
Vacation — Classic Whip SPF 50 공식 제품 소개
FDA — Vacation Inc. 경고 서한 · 2025.08.06
소비자 전체의 구매 우선순위를 입증하는 조사가 아니라, 브랜드의 패키지와 사용 경험에 관한 개인적인 관찰입니다. FDA 관련 내용은 당시 서한의 지적을 요약한 것으로, 현재의 시정 완료 여부나 브랜드 전체 제품의 안전성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Yuri Choi의 개인적인 관찰과 질문을 담았습니다. 참고한 자료는 본문과 출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