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소호 하우스, 먼 친척들이 모인 큰 집 같은 곳
네트워킹을 떠올리고 갔지만, 기억에 남은 건 각자 편하게 시간을 보내던 분위기였다

눈에 들어온 장면
7년 전, 니트웨어 제조와 홀세일 관련 비즈니스 미팅이 있어 런던 소호하우스에 처음 갔다. 그 전까지 소호하우스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미팅 장소로 정해진 곳이었을 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대형 저택에 먼 일가친척들이 모여 있는 것 같았다. 다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닌데,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느낌. 일을 하러 간 자리였는데, 기억에 남은 건 미팅 내용보다 그 공간의 공기였다.
내가 예상했던 '비즈니스 공간'과는 달랐다. 누군가를 만나려고 애쓰는 자리라기보다, 같은 공간에 머물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될 수도 있는 곳이었다.
왜 관심이 갔을까
그날 이후 멤버십이라는 방식이 궁금해졌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편안함은 어떻게 생길까. 취향이나 생활 방식이 비슷할 거라는 기대 때문일까. 같은 멤버라는 이유만으로 조금 편해지는 걸까.
도시가 바뀌어도 이런 '큰 집'을 찾을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었다. 낯선 도시에도 잠시 내 집처럼 드나들 곳이 생기는 기분이니까.
작은 집에서 시작했다
사진 속 Café Bohème은 그 큰 집이 처음 시작된 곳이다. 1995년 닉 존스는 런던 소호 그릭 스트리트 40번지, 자신의 레스토랑 Café Bohème 위층에 작은 클럽을 열었다. 미디어와 예술, 패션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머무는 곳이었다.
이 클럽이 사람을 들이는 기준은 재산이나 직함이 아니라 창의성이었다. 지위를 드러내는 태도를 경계했고,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회원은 내보내기도 했다. 내가 느낀 편안함은 우연이 아니었다. 누구를 들이고, 어떤 태도를 받아들이지 않을지 정하는 기준이 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집이 커지는 속도
그 집은 빠르게 커졌다. 2015년 5만 명을 넘긴 회원은 2021년 27개 하우스, 11만 9,000명이 됐다. 2025년 6월에는 전 세계 46개 하우스에 21만 3,621명. 10년 만에 식구가 약 네 배로 늘었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4억 7,000만 달러를 모았고, 2025년 2분기 멤버십 매출은 1억 1,86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9% 늘었다. 오랫동안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따랐지만, 2025년 2분기에는 2,49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해 8월에는 MCR 등이 참여한 투자자 그룹과 27억 달러 규모의 비상장 전환 계약을 발표했고, 거래는 2026년 1월에 완료됐다. 상장 약 4년 반 만에 다시 비상장 회사로 돌아갔다.
왜 더 이상 쿨하지 않을까
내가 처음 갔을 때 느낀 그 공기를, 지금의 일부 회원들은 잃었다고 말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소호하우스가 쿨함을 잃은 이유를 회원들의 목소리로 전한다.
너무 붐빈다. 연회비가 최대 4,500파운드에 이르는데도 테이블 하나를 기다려야 한다. 여름에는 수영장을 쓰려면 미리 예약하고, 도착하면 손목 밴드를 받는다. 편하게 머무는 집이 아니라 입장 관리를 받는 시설이 됐다.
환영받는 느낌이 사라졌다. 한 29세 회원은 직원에게도, 다른 회원에게도 늘 귀찮은 존재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먼 친척들 사이의 느슨한 편안함은, 서로를 의식하는 시선으로 바뀌었다.
만들던 사람들이 떠났다. 클럽을 시작한 창작자들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금융업 종사자들이 채웠다는 불만도 나온다. 창의성을 기준으로 사람을 들이던 집이, 연회비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들이는 집이 됐다는 것이다.
어디를 가도 같다. 히치하이커의 칼럼은 소호하우스가 전 세계에 같은 인테리어와 같은 경험을 복제하면서 각 도시의 고유한 문화와 멀어졌다고 짚는다. 런던의 집과 마이애미의 집이 똑같다면, 어느 쪽도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의 것이 되는 순간, 쿨함은 사라진다. 참고 기사 읽기
역설적인 건 사람들이 여전히 줄을 선다는 점이다. 2023년 말 보도된 3분기 기준 대기자는 사상 최대인 9만 8,000명이었다. 쿨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들어가고 싶어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지금의 소호하우스가 아니라, 소호하우스라는 이름이 약속했던 그 시절의 공기일지도 모른다.
가입을 멈추고, 기준과 혜택을 다시 짠다
소호하우스도 문제를 알았다. 2023년 12월, 닉 존스는 2024년 한 해 동안 런던과 뉴욕, 로스앤젤레스에서 신규 회원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집이 너무 붐비지 않게 하겠다는 이유였다. 당시 보도에 나온 런던 연회비는 2,750파운드였다.
비상장 전환 계약 발표 뒤인 2025년 10월에는 회원 기준을 다시 점검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WeHo Online은 웨스트할리우드와 뉴욕, 마이애미 비치에서 창의적인 회원 기준에 맞지 않는 회원들의 갱신이 거절되고 있다고 전했다. 2010년에도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해 수백 명의 회원을 내보낸 적이 있다. 처음의 기준으로 돌아가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가격과 혜택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Candace Abroad가 소개한 2025년 영국 Every House 멤버십의 27세 초과 요금 예시는 연 3,800파운드다. 2025년 10월 WeHo Online이 소개한 웨스트할리우드의 Every House 요금은 연 5,800달러였고, 말리부 하우스는 제외됐다. 이 사례의 입회비는 1,000달러로, 하우스 안에서 쓸 수 있는 크레딧으로 돌아왔다. 지역과 나이, 이용 범위가 달라 같은 회원권의 가격 인상률로 비교할 수는 없다.
2026년 공식 안내는 월 네 번의 피트니스 수업과 연 여덟 번의 런던·뉴욕 Soho Works 이용권 등 Every House 혜택의 확대를 소개한다. 업무 공간 이용권은 갱신 후 제공 예정인 혜택으로 안내됐고, 객실 할인도 함께 제시됐다. 내게는 회원 수만 늘리는 대신, 회원 기준과 비용에 걸맞은 경험을 다시 짜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분위기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나
멤버십 매출이 늘어나는 동안 가입을 멈춰야 했다는 사실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사업으로서의 소호하우스는 더 많은 회원을 원하고, 집으로서의 소호하우스는 더 적은 회원을 필요로 한다.
내가 7년 전 매력적으로 느낀 건 사람의 수가 아니라 그들 사이의 분위기였다. 먼 친척들이 모인 큰 집이 편안한 이유는 모두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이 집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는 감각 때문이다. 그 감각은 인테리어나 메뉴로 복제되지 않는다. 누구를 들일지 정하는 기준에서 나온다.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그 기준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가격은 사람 수를 줄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남을지는 정하지 못한다. 연회비가 오를수록 남는 사람은 창작자가 아니라, 그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일 수 있다. 소호하우스가 처음 경계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다.
결국 멤버십이 파는 것은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 있을 사람들에 대한 신뢰다. 공간은 늘릴 수 있지만, 신뢰는 사람 수만큼 쉽게 늘지 않는다.
남겨 둔 질문 / AN OPEN QUESTION
성장을 택하면 기존 고객이 떠나고, 기존 고객을 지키면 성장이 멈춘다. 그때 회사는 어디서 문을 닫아야 할까? 그런데 정말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할까? 성장과 기존 고객의 만족을 함께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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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dace Abroad — Soho House membership cost · 본문 요금 예시는 2025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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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pedia — Soho House 연혁·초기 회원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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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i Choi의 개인적인 관찰과 질문을 담았습니다. 참고한 자료는 본문과 출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