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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시작한 질문 / FASHION · BUSINESS

제약회사가 사람의 몸을 바꾸면, 패션은 무엇을 팔게 될까

GLP-1은 옷의 사이즈를 넘어, 패션산업이 수요를 계산하는 방식까지 건드리고 있다

선명한 컬러의 의상과 타이츠를 입은 여섯 모델의 백스테이지 모습
선명한 컬러와 타이츠가 돋보이는 백스테이지 룩
MARC JACOBS · 제공 이미지

비만치료제와 패션 M&A

WWD코리아에서 GLP-1 확산으로 패션 인수합병 시장이 되살아났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잘 팔리는 일이 패션 M&A와 무슨 상관일까. 하나는 비만치료제고, 하나는 옷을 파는 산업이다.

식탁에서 옷장까지

이 질문이 낯설지 않았던 건, 비슷한 생각을 한 번 해 봤기 때문이다. 스틱형 영양 파우치를 구상하다 Lemme를 발견했을 때, 나는 덜 먹는 사람들이 무엇을 더 사게 될지를 고민했다. 그때의 생각을 한 칸 더 밀어 보니 식탁 다음에 옷장이 있었다. 몸이 바뀌면 옷이 바뀐다.

패션산업은 오랫동안 한 가지를 당연하게 여겨 왔다. 사람의 몸은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는다는 것. GLP-1이 흔드는 건 체중보다 그 전제다.

숫자로 본 변화

미국 시장조사기관 Circana에 따르면 현재 GLP-1을 사용하는 사람의 55%가 옷이나 신발을 새로 샀고, 주된 이유는 사이즈 변화였다. 25%는 외모에 변화를 주기 위해 옷장을 새로 꾸몄다. 80%는 체형 변화로 앞으로 새 옷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Circana는 이 흐름을 'Body Transformation Economy'라고 부른다. 속옷에서는 변화가 이미 사이즈 데이터로 보인다. 큰 밴드와 컵 사이즈의 점유율이 줄고, 중간과 작은 사이즈가 늘고 있다.

WWD가 전한 Capstone Partners의 분석은 규모를 보여 준다. Circana가 집계한 미국 가구의 GLP-1 사용률은 2025년 9월 기준 23%다. Capstone은 가구당 사용자 한 명을 가정해 새 옷장 수요의 잠재 규모를 약 3,100만 명으로 환산했고, 이 가운데 약 780만 명은 이미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옷장을 새로 꾸몄다고 추산했다. 실제 인원 전수를 센 수치가 아니라, 가정을 둔 추정치다.

25%라는 숫자가 특히 눈에 남는다. 옷이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달라진 자신을 보여 주고 싶어서 산 사람들이다. 내게 이때의 새 옷은 사이즈의 문제가 아니라 바뀐 몸을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게 느껴진다.

사이즈 분포에서 사이즈 이동으로

옷을 만들어 본 사람은 안다. 바지 10만 장을 만들 때 모든 사이즈를 똑같이 찍지 않는다. 지난 시즌 판매를 보고 S, M, L, XL의 비율, 사이즈 커브를 정한다. 생산과 재고는 전부 그 비율 위에 세워진다.

사이즈 커브는 사람들의 몸이 대체로 그대로라는 가정 위에서만 맞는다. 수백만 명의 몸이 짧은 기간에 한 칸씩 내려가기 시작하면, 어제까지 정확했던 비율이 오늘부터 틀린다. 지금 M을 입는 사람이 몇 명인지보다, L을 입던 사람 중 몇 명이 M으로 내려오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분포가 아니라 이동, Size Migration을 읽어야 한다.

이동을 늦게 읽은 회사는 남은 XL을 할인으로 털어 내고, 모자란 M 앞에서 정가 판매 기회를 놓친다. 패션의 수익을 깎는 건 만드는 비용보다 팔리지 않는 옷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경쟁력은 속도다. 몸의 이동을 얼마나 빨리 알아채 다음 생산에 반영하느냐.

아직 완성되지 않은 몸

감량 중인 몸은 완성된 몸이 아니다. 오늘 L이라고 반년 뒤에도 L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면 사람들은 망설인다. 지금 옷을 비싸게 사도 될까.

티셔츠나 저렴한 바지는 부담 없이 바꾼다. 60만 원짜리 코트, 200만 원짜리 재킷은 다르다. 내년 겨울엔 너무 클지도 모르니까. GLP-1이 패션의 가격 구조까지 건드릴 수 있는 이유다.

나는 이 상태를 Temporary Body라고 부르고 싶다. 사람은 원래 평생 한 사이즈로 살지 않는다. 임신하고, 나이 들고, 운동하고, 살이 찌고 빠진다. GLP-1은 그 변화를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짧은 시간 안에 일으킨다.

보여 주고 싶은 몸

사이즈보다 큰 변화는 실루엣이다. 요즘 런웨이에는 몸에 붙는 상의와 몸의 선을 드러내는 옷이 다시 보인다. 마크 제이콥스는 비치는 소재와 컬러 타이츠로 몸의 윤곽을 그대로 보여 줬다. 이것을 GLP-1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치다. 패션은 원래 오버사이즈와 핏 사이를 오간다.

그래도 이 질문은 해 볼 만하다. 몸을 크게 바꾼 사람은 이전보다 허리선과 몸의 형태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오버사이즈가 몸을 가려 주는 옷이었다면, 핏은 몸을 보여 주는 옷이다. 그렇다면 변화는 사이즈에서 끝나지 않는다. 늘어났다 돌아오는 소재, 몸을 따라 흐르는 드레이프, 형태를 잡아 주는 패턴이 중요해지고, 셰이프웨어와 란제리, 액티브웨어까지 이어진다.

변화의 비용은 누가 부담할까

처음 의아했던 기사로 돌아가 보자. WWD가 2026년 7월 전한 Capstone 집계에서, 그해 발표되거나 완료된 의류·신발·액세서리 분야 M&A는 75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늘었다. 액세서리는 24건으로 세 배가 됐다. 2025년부터 해당 집계 시점까지의 평균 기업가치 배수도 EBITDA 대비 9.8배로, 2023~2024년의 7.7배보다 높아졌다.

GLP-1 회사가 패션회사를 사는 게 아니다. 기업을 사고팔 때 결국 보는 건 미래의 현금흐름이다. 액티브웨어, 셰이프웨어, 신축성 있는 의류, 리세일과 렌털, 폭넓은 사이즈를 갖춘 브랜드에 새 수요가 생긴다고 보면 투자자는 그 회사의 가치를 다시 계산한다. 체형 변화에 취약한 상품 구조를 가진 회사는 재고 리스크를 새로 따져야 한다.

눈에 띄는 건 누가 사고 있느냐다. 같은 집계에서 사모펀드가 매수자로 참여한 거래는 절반으로 줄었고, 그 빈자리를 브랜드 매니지먼트 회사가 채웠다. American Exchange Group, Authentic Brands Group, WHP Global, Marquee Brands, Bluestar Alliance가 2023년 이후 발표하거나 완료한 인수는 29건이다. WHP Global은 G-III와 함께 마크 제이콥스를 인수했고, Marquee Brands는 로베르토 카발리의 과반 지분 인수 계약을 발표했다. Authentic Brands Group은 리(Lee)를 최대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Lee의 거래 금액은 선지급 7억 5,000만 달러와 향후 실적에 따른 최대 2억 5,000만 달러로 나뉜다.

몸이 바뀌면 새 옷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하지만 새 수요가 생긴다고 모든 패션회사가 이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이즈와 옷을 찾을지 먼저 읽은 회사는 더 팔 수 있고, 예전의 판매 비율대로 생산한 회사는 남은 재고를 떠안을 수 있다.

내가 이 기사에서 흥미롭게 본 것은 비만치료제가 옷의 판매량뿐 아니라, 패션회사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몸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는 무엇을 만드는가만큼, 그 변화를 얼마나 빨리 읽고 생산에 반영하는가가 중요해진다.

여기서 읽어볼 수 있는 Social Stream

덜 먹으면 식탁이 바뀌고, 몸이 바뀌면 옷이 맞지 않는다. 새 옷을 찾는 사람과 필요한 사이즈가 달라지면, 생산과 재고를 계산하는 방식도 바뀐다.

트렌드를 읽는다는 건 "요즘 GLP-1이 뜬다"를 아는 일이 아니다. 그건 이미 일어난 일이다. 내가 궁금한 건 그다음이다. 이 일이 계속되면 무엇이 바뀌고, 그 변화가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어느 산업의 매출과 비용을 움직일까.

미래의 기회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이 일으킨 두 번째와 세 번째 변화에 있다. 약은 체중을 줄였고, 그 결과는 옷장까지 도착했다.

남겨 둔 질문 / AN OPEN QUESTION

달라진 모습을 위해 옷장을 바꾼 25%는, 가장 먼저 무엇을 다시 샀을까? 제약회사가 사람의 몸을 바꾸면, 다음에는 누가 돈을 벌고 누가 비용을 떠안게 될까?

Yuri Choi의 개인적인 관찰과 질문을 담았습니다. 참고한 자료는 본문과 출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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