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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시작한 질문 / BEAUTY · CULTURE

K-뷰티는 어떤 향으로 로마에 가야 할까

인코스메틱에서 야라 알남라의 대담을 직접 들으며. 향을 얼마나 진하게 만들지보다, 현지에서 어떻게 쓰는지부터 묻게 됐다.

자연의 색과 질감을 세 개의 향수병 실루엣에 담은 콜라주
WILD NOTHING · Images: Getty Images. Collage by Vogue. Vogue, Spring 2026.
Vogue 원문 및 이미지 출처

인코스메틱에서, 내 질문이 달라졌다

인코스메틱 코리아에서 야라 알남라(Yara Alnamlah)의 대담을 직접 들었다. 중동 소비자와 뷰티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내게 오래 남은 것은 그 시장을 하나의 취향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다. 나는 세계 각국의 공항을 지날 때마다 코끝을 넘어 뇌를 콕 찌르는 것 같은 향을 기억하곤 했다. 달콤함, 짙은 가죽, 페퍼, 시가를 떠올리게 하는 향. 중동의 향 문화를 생각할 때도 먼저 떠오른 것은 그 강렬함이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는 단순히 ‘중동에서는 진한 향이 잘 팔린다’가 아니었다. 야라는 향이 중요한 카테고리라고 설명하면서도, 최근에는 얼굴용 제품에서 무향을 선호하는 흐름이 있고 바디 제품에서는 여전히 향을 즐기는 소비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얼굴에는 향 없는 크림을, 몸에는 향이 남는 로션을 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으며 질문이 바뀌었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진한 향을 좋아하는지가 아니라, 어디에, 언제, 어떤 기분으로 그 향을 쓰는지가 아닐까.

내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그녀에게는 집의 향

eos 로션을 발랐을 때의 기억이 겹쳤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몸을 흠뻑 담갔다 나온 것 같았다. 크림을 발랐을 뿐인데 향이 너무 달고 밀도 높아서 기분까지 끈적해지는 느낌. 제형이 끈적인다는 뜻은 아니다. 내 코가 그렇게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나는 보습제를 발랐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는 피부에 남는 촉촉함과 함께 하루 동안 자신에게서 나는 향까지 사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로션 하나로 북미의 취향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래도 내가 익숙한 향의 세기로만 제품을 판단하고 있었다는 건 알게 됐다. 야라에게 집을 떠올리게 하는 향을 묻자, 그녀는 머스크를 꼽았다. 자신에게는 가볍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향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멀리서 ‘강한 향 문화’라고 묶어 보던 세계 안에도, 누군가에게 가장 편안하고 익숙한 향이 있었다.

같은 중동이라고 피부와 날씨까지 같지는 않다

야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건조함과 습도가 다르고, 피부 톤과 피부 타입 역시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중동이라고 하면 한 가지 피부색과 더운 날씨부터 떠올리던 내 생각이 너무 단순했다. 고가 제품만 찾는 시장이라는 이미지에도 선을 그었다.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부터 프리미엄과 럭셔리까지 서로 다른 선택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막연했던 ‘중동 고객’이 조금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우리처럼 자기 피부와 생활에 맞는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었다. 향을 좋아한다는 말만으로 얼굴용 크림에도 같은 향을 넣을 수는 없다. 향을 즐기는 방식과 제품을 평가하는 기준을 함께 읽어야 한다.

같은 글라스 스킨도, 서울과 걸프에서는 다르게 쓰인다

한국식 광채 피부에 관한 답변도 기억에 남았다. 야라는 건강하고 빛나는 피부에 대한 선호가 현지에도 있지만, 얼굴 전체를 똑같이 빛나게 하기보다 특정 부위에 광을 주고 T존에는 파우더를 사용하는 식으로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계절과 기후에 따라 가벼운 사용감을 찾는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같은 광채 피부를 좋아해도 표현하는 방법은 달랐다. 한국에서 잘 팔린 제품을 보내는 것만으로 현지화가 끝나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거기서는 하루 중 언제, 어떻게 쓰는지 알아야 했다.

향을 입는 문화, 그리고 향이 들려주는 이야기

얼굴용 제품에서 무향을 찾는다고 향을 덜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은 아니다. 우드와 바쿠르를 몸뿐 아니라 옷과 공간까지 이어지는 일상의 향으로 소개하는 두바이 관광청의 설명을 보면, 향이 마지막에 한 번 뿌리는 장식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이 문화적 맥락은 현장 대담과 별도로 참고한 자료다. 우드·바쿠르 문화 소개

모두가 같은 순서와 농도로 향을 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차이를 체취 하나로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익숙한 향, 사람을 맞이하는 방식, 자신을 표현하는 습관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다. 향을 겹치는 정성과 얼굴용 제품에서 무향을 선택하는 판단은 한 사람의 일상 안에서도 공존할 수 있다.

Vogue의 「We All Now Want a Perfume That Tells a Story」는 향을 원료의 목록보다 장면과 서사로 설명하는 흐름을 다룬다. 무지개처럼 뚜렷한 냄새가 없는 대상까지 향의 출발점이 된다. Chloe Schama의 기사 읽기

이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은 말과 함께 놓으니, 내 질문은 ‘얼마나 진해야 할까’에서 ‘무엇을 떠올리게 해야 할까’로 넓어졌다. 내게 바닐라는 거대한 디저트였고, 야라에게 머스크는 집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었다. 현지에 맞는 향을 만들려면 세기뿐 아니라, 그 향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떠올리는지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만들면 누구의 브랜드가 될까

야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준비하며 한국의 제조사를 찾아왔던 과정도 이야기했다. 브랜드 이름과 콘셉트, 제품명에 지역의 색깔을 담는 것뿐 아니라, 앞으로는 사우디와 중동의 원료도 더 쓰고 싶다고 했다. 모든 제품에 이미 현지 원료가 쓰였다는 말이 아니라, 앞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이야기였다.

나는 이 조합이 흥미로웠다. 한국의 제조 기술을 활용한다고 해서 사우디 브랜드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K-뷰티가 현지의 향과 생활 방식을 이해해 제품을 바꾼다고 해서, 한국에서 출발했다는 의미까지 사라질까?

‘클린’은 곧 무향이라는 뜻도 아니고, K-뷰티 전체가 하나의 향이나 제형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다. 꼭 어떤 향이 나야 한국다운 것은 아닐 것이다. 제형을 만드는 기술이나 사용자의 불편을 꼼꼼히 고치는 방식에서도 한국 브랜드의 특징이 드러날 수 있다.

한국에서 시작했다는 사실과, 한국인의 취향만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는 같지 않다.

로마에 가기 전에 물어야 할 것

향 이야기를 듣고 있었지만 결국 제품을 쓰는 사람에게로 돌아왔다. 야라는 메이크업이 묻어 지저분해지는 흰색 패키지에 대한 고객 의견과, 이를 더 실용적으로 바꾸려는 과정도 소개했다. 한 번 팔고 끝낼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계속 고쳐야 하는 것이다.

현지화도 비슷하지 않을까. ‘중동이니까 강하게’, ‘한국이니까 은은하게’라는 결론보다, 고객이 언제 바르고 무엇과 겹쳐 쓰며 어떤 불편을 느끼는지 묻는 일. 내가 좋아하는 감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각만을 세계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일이다.

나는 여전히 어떤 공항의 향이 강하게 느껴지고 바닐라 로션 앞에서는 망설일 것 같다. 그래도 이제는 ‘왜 이런 향을 좋아하지?’에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잘 모르는 생활과 습관이 그 뒤에 있을 테니까.

남겨 둔 질문 / AN OPEN QUESTION

K-뷰티가 현지에 맞춰야 할 것은 향의 세기일까, 그 제품을 쓰는 방식일까? 현지의 욕망과 사용 습관에 맞추면서도, 한국에서 출발한 기술과 관점을 우리만의 정체성으로 남길 수 있을까?

함께 읽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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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과 로션에 관한 문장은 개인의 감각과 경험입니다. 지역 전체의 취향을 단정하지 않으며, K-뷰티의 현지화에 관한 문장은 개인적인 해석과 질문입니다.

Yuri Choi의 개인적인 관찰과 질문을 담았습니다. 참고한 자료는 본문과 출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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