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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회고 / FASHION · BUSINESS

글로벌 명품 이커머스 시장의 명과 암

Emma에게 처음 라인시트를 보내던 날부터, 내가 선망했던 플랫폼들의 재편까지.

다양한 런웨이 의상을 모은 패션 콜라주 — 사용자 제공 이미지
패션 콜라주 · 사용자 제공 이미지

Emma에게 첫 라인시트를 보내던 날

처음 YURI&YURI를 론칭했을 때, 운이 좋게도 남성복 바이어였던 Emma의 눈에 들어 Mr Porter에 입점하게 되었다. The Rake에서 드롭시핑(Drop Shipping) 방식으로 운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찾아온 놀라운 기회였다. Emma에게 처음 라인시트(Line Sheet)를 보냈을 때의 떨림과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내게 YNAP은 디자이너들이 꿈꾸는 무대였다. 이후 Farfetch, Mytheresa, Matchesfashion에도 입점을 시도했지만, 명품 패션 플랫폼의 문턱을 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첫해의 매출이 알려 주지 않았던 것

내게 YURI&YURI의 사업은 COVID 전과 후로 나뉜다. 시작할 때는 마케팅을 어느 정도 안다고 믿었다. “사업이란 게 어딜 가나 비슷하겠지” 하는 무모한 자신감도 있었다. 사업 첫해부터 기록한 억 단위의 매출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매출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과 비용이 필요한지는 직접 부딪히고 나서야 알았다. 게다가 COVID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플랫폼이 전부는 아니게 되었을 때

어려운 건 작은 브랜드만이 아니었다. 당시 내가 느끼기에, 반드시 들어가고 싶었던 거대 플랫폼들도 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컬렉션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설 자리는 더 좁아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 어려워지자 오히려 온라인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개인 SNS를 통해 브랜드가 고객에게 직접 말을 걸 수 있게 됐다. 플랫폼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만이 유일한 길은 아니게 된 것이다.

잘나가던 플랫폼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내가 선망했던 럭셔리 플랫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의 재편을 보며, 규모와 명성이 사업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Farfetch — 쿠팡 아래 사업을 이어 가다.
쿠팡은 2024년 1월 Farfetch 자산 인수를 완료했다. 당시 발표는 5억 달러의 자금 접근성을 제공해 서비스의 지속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성장을 이야기하던 회사가 이제는 사업을 이어 갈 자금을 구해야 했다. 공식 발표 ↗

YNAP — Mytheresa와 한 그룹이 되다.
2025년 4월 Mytheresa의 YNAP 인수가 완료됐다. 이후 모회사는 LuxExperience로 이름을 바꿨고, Richemont는 그 모회사의 지분 33%를 받았다. 과거 선망의 대상이었던 Net-A-Porter와 Mr Porter가 새로운 그룹 안에서 다음 단계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브랜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주인과 운영 구조가 바뀐 것이다. 인수 완료 발표 ↗

Matches — 법정관리 이후, 재출범을 예고하다.
Matchesfashion의 기존 운영 법인은 2024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다만 그 이름까지 영원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재 Matches 공식 사이트는 Hulcan Group 소속으로 2026년 재출범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 회사의 위기와 그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는 사업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법인 공시 ↗ · 재출범 안내 ↗

SSENSE — 창업자들이 다시 사업을 이어 가다.
몬트리올 기반의 SSENSE도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2025년 캐나다의 채권자 보호·구조조정 절차인 CCAA에 들어갔고, 2026년 1월 창업자인 Atallah 형제들과 전략적 파트너가 제출한 인수안이 선정됐다. 이어 2월 13일 창업자 주도 인수 거래가 완료되며 사업을 유지하게 됐다. 폐업이나 다른 대기업으로의 매각과는 다른 경로다. 다만 사업의 존속이 곧 수익성 회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살리는 것과 꾸준히 이익을 내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회사 발표 · 거래 완료 보도

입점과 생존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그들이 겪은 위기와 내 브랜드의 경험을 같은 규모의 이야기로 볼 수는 없다. 다만 화려한 이름과 매출 뒤에 비용, 재고, 현금흐름이라는 현실이 있다는 점은 낯설지 않다.

좋은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은 분명 기회였다. 하지만 그 기회가 곧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를 뜻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어디에서 팔리는지만큼, 어떤 비용으로 팔고 무엇이 남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거대 플랫폼들의 재편을 보며 당시 내가 겪었던 혼란과 매몰비용을 다시 떠올린다. Emma에게 라인시트를 보내던 설렘은 여전히 소중하다. 지금이라면 그 설렘과 함께, 계속 팔아도 남는 사업인지부터 따져 볼 것 같다.

남겨 둔 질문 / AN OPEN QUESTION

좋은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과, 오래 살아남는 사업을 만드는 것은 얼마나 다른 일일까?

함께 확인한 자료 · 2026.10.04 확인
Coupang — Farfetch 자산 인수 완료 · 2024.01.31
Richemont · Mytheresa — YNAP 인수 완료 · 2025.04.24
UK Companies House — Matchesfashion Limited 법정관리 관련 공시
Matches — 2026년 재출범 안내
EY · SSENSE 법원 선임 감독인 — 채권자 통지 · 2025.09.18
SSENSE — 창업자 주도 인수안 선정 발표 · 2026.01.11
Lexpert — SSENSE 창업자 주도 인수 완료 보도
브랜드 운영 경험과 시장에 대한 해석은 개인적인 회고입니다. 플랫폼 관련 사건은 공개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매출과 거래액(GMV)은 다른 지표이므로 이를 섞은 규모 비교나 시장 순위는 싣지 않았습니다.

Yuri Choi의 개인적인 관찰과 질문을 담았습니다. 참고한 자료는 본문과 출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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