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Wellness, 나를 측정하는 것에서 나를 최적화하는 것으로
좋은 숫자를 만드는 일이 삶의 목표가 될 때, 브랜드는 누구를 설득해야 할까

따로 보던 키워드가 한 방향을 가리킨다
요즘 내가 들여다보는 키워드는 서로 관계없어 보였다. AI, 웨어러블, GLP-1, 롱제비티, 기능성 영양, 스킨 롱제비티. 그런데 맥킨지의 2025년 Future of Wellness 조사를 읽다가 멈췄다. 맥킨지가 꼽은 여섯 가지 성장 영역에는 기능성 영양, 건강한 노화, 외모와 에스테틱, 대면 웰니스 서비스, 체중 관리, 마음챙김이 있었다. 바이오모니터링도 계속 주목할 흐름으로 다뤘다. 내가 따로 보던 키워드들이 같은 지도 위에 놓여 있었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 소비자의 84%가 웰니스를 최우선 또는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영국은 79%, 중국은 94%였다. 그런데 인지 건강과 마음챙김, 정신 건강, 롱제비티 등에서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필요가 있었다. 제품과 서비스는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원하는 몸에 닿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 간극에서 이 키워드들을 하나로 묶는 흐름을 봤다. 사람들은 자기 몸을 더 많이 측정하고, 이해하고, 이제는 적극적으로 고치려 한다.
숫자는 많은데,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까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워치를 본다. 몇 시간 잤는지, 심박은 어떤지, 어제 몇 걸음 걸었는지. 조금 더 적극적인 사람은 심박 변이도와 혈당, 체성분과 식단까지 기록한다. 인류가 이렇게 매일 자기 몸의 숫자를 들여다본 적은 없다.
그런데 숫자에는 늘 같은 문제가 따랐다. 수면 점수가 72라는 건 알겠다. 심박 변이도가 지난주보다 떨어졌다는 것도 알겠다. 그래서 오늘 운동을 해야 하는지, 쉬어야 하는지는 모른다. 데이터는 넘치는데, 해석은 여전히 내 몫이었다. 높은 관심과 채워지지 않은 필요 사이의 간극을, 나는 이런 장면에서도 느낀다.
AI가 웰니스를 바꾸는 첫 지점은 측정이 아니라 해석이다. 숫자를 보여 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래서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 주는 것.
웨어러블 회사들은 이미 그쪽으로 움직였다. WHOOP은 2023년 9월 OpenAI의 GPT-4로 만든 WHOOP Coach를 내놓았다. 회복과 부하, 수면과 스트레스 데이터를 읽고 "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아픈 걸까?" 같은 질문에 답한다. Oura는 2025년 3월 말 AI 상담 기능 Oura Advisor의 정식 출시를 발표했다. 베타 테스트 참여자의 약 60%가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강 정보를 더 잘 알게 됐다고 답했다.
40대가 아니라, 오늘의 나
지금까지 웰니스의 개인화는 그렇게 개인적이지 않았다. 40대 여성에게 좋은 영양제, 70kg 성인에게 필요한 칼로리, 건성 피부에 맞는 크림. 몇 가지 조건으로 비슷한 사람들을 묶어 같은 답을 줬다.
AI를 통한 개인화는 남과의 비교를 넘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한 달 동안 쌓인 수면과 운동, 심박과 스트레스, 식사와 체중, 피부 상태가 기준이 된다. 그러면 질문이 바뀐다. 40대에게 무엇이 좋은가가 아니라, 오늘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개인화가 비로소 한 사람, N=1에 가까워진다.
Function Health는 이 방향에 돈이 몰린다는 걸 보여 준다. 2026년 7월 보도 기준 연 365달러부터 시작하는 멤버십에 연 2회 검사와 160개 이상의 검사 항목을 포함해 심장과 호르몬, 갑상선, 영양 상태를 추적한다. 2025년 11월 기준 기업가치는 25억 달러였고, 2026년 7월 4억 5,000만 달러를 추가로 조달했다. 이 회사가 다음으로 만드는 것은 개인의 건강 변화를 예측하고 맞춤 권고를 내놓는 학습 시스템이다. 측정을 팔던 회사가 해석과 맞춤 권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루 종일 옆에 있는 코치
좋은 트레이너와 영양사, 수면 전문가를 매일 만나려면 돈과 시간이 든다. AI는 그 일상적인 코칭의 비용을 크게 낮춘다. 아침에는 사흘째 수면 시간과 심박 변이도가 함께 떨어졌다고 알려 주고, 점심에는 단백질이 부족하다고, 저녁에는 오늘은 강도 높은 운동보다 회복이 먼저라고 말한다.
AI가 의사의 진단을 대신하는 건 아니다. 다만 진료실과 일상 사이, 그동안 아무도 채우지 않던 넓은 영역에 AI가 들어온다. 웰니스는 예약하고 찾아가는 서비스에서, 하루 종일 옆에 있는 서비스가 된다.
그러면 제품을 사는 방식도 달라진다. 지금의 웰니스 산업은 대부분 제품을 판다. 비타민을, 단백질을, 크림을, 헬스장 회원권을. 그런데 소비자가 정말 알고 싶은 건 제품 이름이 아니라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느냐다. AI가 그 질문에 답하기 시작하면, 제품은 하루의 관리 계획 안에 들어가는 한 줄이 된다. 오늘은 이것을 먹고, 이만큼 움직이고, 이 시간에 자고, 이 크림을 바르고, 내일 다시 숫자를 확인한다.
어떻게 보이는가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로
뷰티에서는 이 변화가 '스킨 롱제비티'라는 말로 나타난다. 안티에이징이 주름을 어떻게 줄일지를 물었다면, 스킨 롱제비티는 피부가 건강하게 기능하는 상태를 얼마나 오래 지킬 수 있을지를 묻는다. 업계는 이를 수명(lifespan)에서 건강 수명(health span)으로의 이동이라고 부른다.
이 질문에는 크림 하나로 답할 수 없다. 수면과 자외선, 영양과 스트레스, 운동과 호르몬, 스킨케어와 시술이 모두 피부에 닿는다. 로레알은 2025년 CES에서 공개한 Cell BioPrint를 피부의 단백질을 분석해 생물학적 피부 나이와 노화 경향을 평가하는 기기로 소개했다. 뷰티가 겉을 보는 산업에서 몸 안을 읽는 산업으로 옮겨 가고 있다.
AI가 이 데이터를 함께 읽으면, 뷰티의 말투도 달라진다. "피부가 건조하니 이 크림을 쓰세요"에서 "최근 수면과 스트레스의 변화가 피부 컨디션과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로.
How do I look? 에서 How am I functioning? 으로.
GLP-1, 측정을 넘어 몸을 바꾸다
GLP-1은 이 흐름의 가장 끝에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몸을 측정했다. 체중을 재고, 칼로리를 계산하고, 운동량을 기록했다. GLP-1은 측정에서 멈추지 않는다. 식욕을 바꾸고, 먹는 양을 바꾸고, 체중을 바꾼다. 그리고 그다음을 연다. 덜 먹으니 영양을 채우는 방식이 바뀌고, 근육을 지키는 일이 중요해지고, 옷의 사이즈가 바뀐다. Circana 조사에서도 현재 GLP-1을 사용하는 사람의 80%가 체형 변화로 앞으로 새 옷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니 AI와 GLP-1, 롱제비티, 기능성 영양, 스킨 롱제비티는 서로 다른 트렌드가 아니다. 한 단계 위에서 보면 같은 욕망이다. 내 몸을 이해하고, 좋은 상태로 더 오래 지키고, 가능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는 것.
지난 10여 년이 나를 숫자로 만드는 Quantified Self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그 숫자로 나를 계속 고쳐 나가는 Optimized Self의 시대다. 측정하고, 해석하고, 바꾸고, 다시 측정한다. AI는 그 고리를 끝없이 돌린다.
좋은 숫자가 삶의 목표가 될 때
여기서 불편한 장면이 하나 떠오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수면 점수 72, 회복 64, 심박 변이도 감소, 혈당 스파이크, 단백질 부족을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건강해지려고 숫자를 재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좋은 숫자를 만드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된다. 웰니스가 나를 편안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끝없이 나를 평가하고 고치는 일이 된다.
AI는 틀릴 수도 있다. 잘못된 건강 정보를 그럴듯하게 말하고, 일상의 조언과 의료적 판단 사이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 "오늘은 조금 쉬세요"와 "당신에게 이 질환의 위험이 있습니다"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AI 웰니스가 커질수록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만큼, 어디까지 판단하게 둘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브랜드는 누구를 설득해야 할까
나를 최적화하는 기준은 결국 누가 정할까. AI가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얼마나 잤는지, 오늘 얼마나 움직였는지, 요즘 피부가 어땠는지를 알고 말한다. "지금 당신에게는 A보다 B가 맞습니다." 그러면 나는 아마 B를 산다.
이미 숫자가 그렇게 말한다. 액센추어가 전 세계 1만 8,000명 이상을 조사하고, 그중 약 1,400명의 뷰티 관련 응답을 분석한 결과, 뷰티 소비자의 76%가 믿을 수 있는 AI 퍼스널 쇼퍼를 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활발하게 생성형 AI를 쓰는 응답자의 83%는 제품에 대한 의견을 만들 때 AI의 결과에 크게 의존한다고 했다. 또 소비자의 42%는 경쟁 브랜드가 자신의 필요를 더 잘 알아챈다면 브랜드를 바꾸겠다고 했다. eMarketer가 인용한 같은 조사에서는 전 세계 생성형 AI 사용자가 구매 추천을 구할 때 소매업체·브랜드의 웹사이트나 앱보다 AI를 선택할 가능성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 수치들이 실제 구매 위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여기서 브랜드의 말뿐 아니라, 나를 이해한다고 느끼는 도구의 추천을 믿기 시작한 소비자를 본다.
BRAND → AI → CONSUMER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 새로운 문지기가 생긴다. 그러면 광고 속 모델보다 제품에 무엇이 들었는지, 어떤 임상 근거가 있는지, 누구에게 맞는지, 다른 제품과 함께 써도 되는지, 실제 사용자의 결과는 어땠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광고의 시대가 끝나는 건 아니다. 사람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이야기에 끌린다. 다만 구매 결정 사이에,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측정하고 있는 존재가 하나 더 들어온다.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건 관찰이 아니라 당장의 질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람을 설득하는 언어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감각적인 패키지, 기억에 남는 한 줄, 신뢰를 주는 얼굴. 앞으로는 같은 브랜드를 AI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도 써야 한다. 성분의 근거, 임상의 숫자, 누구에게 맞고 누구에게 맞지 않는지까지. 브랜드의 이야기와 데이터가 같은 무게를 갖는 시대다.
AI가 웰니스에 남길 가장 큰 변화는 AI 코치가 아닐지도 모른다. 누가 소비자의 선택을 하느냐가 바뀌는 일이다. 지금까지 웰니스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려 경쟁했다. 앞으로는 소비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알고리즘의 선택까지 받아야 한다.
남겨 둔 질문 / AN OPEN QUESTION
AI가 내게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자고, 어떤 제품을 쓸지 정하기 시작하면, 브랜드는 사람을 설득해야 할까, AI를 설득해야 할까? 나를 더 건강하게 하려고 시작된 기술이 나보다 나를 더 많이 판단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여전히 웰니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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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i Choi의 개인적인 관찰과 질문을 담았습니다. 참고한 자료는 본문과 출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